블로그 리퍼러로그를 통해 요즘 표절이 이슈란 걸 새삼 깨닫고 있다. 검색어 유입에 표절, 참고문헌, 인용, 각주와 같은 것이 적지 않다. 아마 ‘글쓰기 기본 강의’란 글 네 편이 포털검색에 걸리나보다.

참고로..
글쓰기 기본 강의 1: 표절 http://www.runtoruin.com/2113
글쓰기 기본 강의 2: 인용 http://www.runtoruin.com/2114

표절이 이슈가 되는 걸 보면 어쨌거나 좋은 일이긴 하다. 그 사람에게 학위가 어떤 의미건 표절은 해선 안 되는 일이니까. 그러니 시간이 지날 수록 이전엔 '관례'였던 일이 표절로 논란이 되겠지. 지금의 논란이 표절이 무엇인지 배우는 시간이면 좋을텐데.

나로선 표절이 무엇인지, 인용을 어떻게 하는지 꼼꼼하게 가르치는 지도교수를 만났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내내 인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울러 학제에서 통용되는 지식이라고 해도 그냥 쓰면 표절로 해석될 수 있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배우지 않았다면 모든 걸 감으로 해결했겠지.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표절과 인용을 꼼꼼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났다고 했지, 내가 이 부분을 배운대로 제대로 잘 하는 학생이라고는 안 했다... ㅠㅠㅠ)

표절을 피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인용만 꼼꼼하게 하면 된다. 이 문장은 누구의 논문에서 빌렸고, 이 문장은 누구의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빌렸고.. 이렇게 출처만 분명하게 하면 된다. 참 쉽다. 아니다. 쉽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 특정 논문을 집중해서 읽을 땐 인용 표기가 정말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헷갈리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주장이 되기도 한다. 몇 년 전엔 ㄱ이란 학자의 글에서 배웠지만 몇 년 지난 지금은 그것이 내 삶에서 체득한 나의 앎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인용해야 할까? 그냥 나의 주장으로 넘어가도 될까? 원칙적으로는 인용해야하지만 나의 고민이 더 많이 묻어서 인용으로 처리하기엔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찰나에 나는 갈등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내용은 이것이 내 주장인지 인용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 쓴 어떤 문장이 내가 한 말인지 예전에 읽은 논문의 한 구절인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글을 쓸 때는 ‘오, 내가 이런 멋진 문장을 쓰다니’라며 잠시 잠깐 자뻑하지만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어떤 논문을 읽다가 자뻑한 문장이 이 학자의 문장이란 걸 깨달을 때가 있다. 원칙적으로 이것 역시 표절이다. 표절은 맞는데... 이런 고민으로, 표절을 피하며 글을 쓰려는 입장에선 쉽지 않은 순간이 온다.

가장 어려운 건 자기표절이다. 나 역시 자기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내가 쓴 많은 글은 자기복제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변주하면서 반복하고 있다. 자기표절로 걸려면 걸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생산한 글이 다 다른 목적에서 쓰였고 학제 기준에 맞춰 쓴 글은 거의 없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이 비슷한 시기에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다른 두 곳에서 출판한 글을 읽은 적 있고 그때 자기표절은 어떤 점에서 인간의 한계인가 싶기도 했다.

어렵다. 어려우니 표절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표절에 엄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엄격하려다보니 쉽지 않고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고보면 내가 쓴 글의 목록을 스스로 정리하고 공개한 건 미친짓이었구나. ㅠㅠㅠㅠㅠ
미리 말하자면 저는 자기복제에 있어 甲 of 甲, 전설의 레전드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3/03/28 06:26 2013/03/2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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