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인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그런 얘기를 했나 보다. 나를 대신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다고. 그것은 어머니가 사건을 납득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위로였다. 갑작스런 죽음을 어떻게든 납득시키기 위해 만든 이야기. 어머니 역시 그 발언을 받아들이신 듯하다. 어느 날인가,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내게 그 얘기를 직접 하셨다. 어머니 입을 통해 사람들이 그런 얘길 한다는 걸 들었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하며, 그런 얘기를 통해서라도 아버지 사고를 받아들이려 했다.

이런 발언이 의도하는 바와 달리... 내가 아직 살아 있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사고도 없었을까? 내가 미련이 많아, 괜한 욕심으로, 그리고 너무 겁이 많아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이런 사고를 일으킨 것일까? 내가 그 전에 사라졌다면 아버지의 사고도 없었을까? 어머니도, 어머니에게 얘기를 한 사람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민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것일까? 지금 이런 결과가 과연 많은 사람이 납득할 만한 결과일까? 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미련이 많아 악착 같이 살아가겠지만, 이 결과가 차라리 반대였다면 좋겠다. 앞서 나는 사고를 납득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야기’는 아니다. 그 말을 한 사람 중엔 영험하단 이들도 있으니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말로 살아야 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괜한 미련을 가졌던 것일까? 그냥 이런 고민이 든다. 심각하진 않게, 그냥 가벼운 그런 단상처럼.
2012/09/18 06:20 2012/09/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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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2/09/20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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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2/09/22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아! 정말 오랜 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어요!

      한 귀로 털어내고 있지만 그래도 묘하게 설득력도 있다는 그런 복잡한 몸이에요... ;;
  2. 비밀방문자  2012/09/21 0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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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2/09/22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서 관련 글이 워낙 없으니 결국 몇 사람의 논의를 반복해서 인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물론 그게 어떤 급의 사람을 인용하느냐가 관건이지만요. 버틀러 같은 인물을 반복 인용하면 열심히 공부한 거지만, 제 논의를 반복하면 그냥 욕먹을 걸요? 크크크크크 ;;;;;;;;;;;;
      아무려나 어떤 글이건 비공개 님만의 고민과 역사가 묻어 있는 글일테니까요. 종종 놀리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크니까 하는 얘기기도 하단 것, 알고 있지요?
      힘내요. :)
  3. 비밀방문자  2012/09/21 0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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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2/09/22 1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응, 그쵸?
      근데 참 이상한 게 그 말에 고민을 하면서도 묘하게 또 몸이 편해지기도 하는 게 좀 웃기다 싶어요.
  4. 혜진  2012/09/25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도야 좋았을지 모르지만, 좀 잔인한 말 같아요.
    부디 상처받지 않으시길...
    • 루인  2012/09/26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떻게보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말인데, 실제론 묘하게 편하기도 해서 기분이 좀 복잡했어요. 전 괜찮아요.
      고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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