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집주인이 찾아와 말하길, 집 뒤에 고양이가 자꾸 응가를 눈다고 했다. 고양이가 시멘트 바닥에 똥을 눈다고? 금시초문. 고양이가 할 일이 아니지만 너무 갑작스런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집주인이 계속 말하길 구청에 연락해서 고양이를 포획할 계획인데, 혹시나 집 근처 고양이 중 자네 고양이가 있으면 밖에 내놓지 말하고 했다. 현관문 앞에 내놓은 사료와 물은 길고양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집고양이에게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 상황의 복잡함이란..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까지 어떻게 하지는 않겠다는 배려 아닌 배려와 길고양이를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감정. 이 사람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월요일부터 당장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화요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포획망이 1층 한 곳에 있었다. 포획망엔 TNR 등으로 고양이를 포획하는 용도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얼룩이2가 울고 있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1층엔 집주인이 있었고, 고양이가 포획된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얼룩이2는 밤새 울었다. 수요일에도 늦게 귀가했다. 포획망에 얼룩이1이 들어가 있었다. 순간 '이 바보!'라고 구시렁거렸다. 얼룩이1과 얼룩이2는 절친이라 제 친구가 포획망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알면서 이 무슨 짓이냔 말이다. 마침 주인집에 아무도 없어 난 서둘러 포획망을 열었다. 그러며 "나가!"라고 낮게 말했다. 얼룩이1은 얼른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서 목요일부턴 어떤 고양이도 포획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물론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어느 고양이가 잡혀 갔는지...

길고 자세하게 쓰고 싶지만  것이 괴롭고 또 긴장이 넘치는 상태라 길게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길고양이 이슈로 집 주인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평소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더 숨죽이고 살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포획망은 언제까지 있는 것일까?

집 앞에 둔 사료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보다는 적게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시베리안 허냥이와 융은 만났다. 시베리안 허냥이는 이틀 전 저녁에 만났던가. 융은 어제 밤에 만났다. 계단을 올라오는데 집 근처에서 도망갈 태세였다. 나라는 것을 확인하곤 그 자리에 머물렀다. 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밖에 나가니 근처에서 늘어지게 앉아 있었다. 캔사료를 하나 주고 현관물을 닫았다.

불안한 나날이다. 융이 포획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2012/06/24 12:12 2012/06/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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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고  2012/06/24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아ㅠ
    원래 동물들이 살고 있던 땅에 인간들이 쳐들어와 다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요.
    최소한의 것들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인간들.
    세입자로서는 집주인에게 뭐라고 말하기도 어렵고ㅠ 진짜 숨죽여 살고 있겠네요. 저라도 그럴 듯ㅠ
    • 루인  2012/06/26 0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설득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기획 같아요... ;ㅅ;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이렇게 하지도 않았겠죠..
      아우.. 아무려나 출퇴근(?)할 때마다 불안과 걱정으로 다니고 있어요. 행여나 또 붙잡힌 아이가 있을까봐서요...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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