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문자에 답장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답장은 할만 합니다. 전화를 받기는 힘듭니다. 울기 밖에 더 하겠어요.
+혹시나 이제야 소식을 접하고 문자라도 하시려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려요. 염려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지만 불시에 찾아오는 문자가 버거워서요.

집에 도착하면 리카가 좋아한 사료, 아미캣에 향을 피우고 있습니다. 새로 도착한 곳에서 잘 먹고 있겠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딱 일주일만 향을 피우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49재때 마지막으로 향을 한 번 피울 예정입니다. 네.. 결국 제가 리카와 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리카를 떠나보내는데 필요한 시간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바람은 칭얼거립니다. 전에 없던 행동입니다. 특히 아침에 씻으러 갈 때면 불안한 듯 자꾸 따라오며 웁니다. 제가 씻으러 가는 것이 곧 외출 준비란 걸 알고 있는 거지요. 리카가 있을 땐 이러지 않았습니다. 저랑 같이 있을 때면 계속 놀아달라고 칭얼거립니다. 리카가 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바람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겠지요. 그러니 억지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울고 싶을 땐 울고, 바람이 놀자고 하면 바람을 마구마구 괴롭히면서 놀고, 밥 때가 되면 먹고...

그나마 글이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예전에 쓴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 글이라도 없었다면 저는 짜부라졌을까요? 제가 살아가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려나 염려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리카 병원비와 장례비로 지출 타격이 상당하네요. 물론 제 욕심이 지출 규모를 키웠지만요. 화장하고 유골을 돌로 만들어 함께 돌아오는 버스에서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고 구시렁거렸습니다. 올 해 꼭 출간했으면 하는 원고가 있는데, 열심히 써서 출판할 잡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출판할 곳을 못 찾으면 낭패.. ;;
2011/05/31 20:22 2011/05/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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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1/05/31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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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6/03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첨엔 문자가 괜찮고 위로였는데.. 어느 순간 무섭더라고요. 갑작스레 다가오는 비보같달까요.. 그래서 전화도 업무연락이 아니면 조심해서 받고 있어요.

      참은 좀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병원비가 좀 많이 나갔죠?
      리카 병원비는 예상보다는 많이 안 나갔어요. 물론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요. 병원비보다 장례비를 좀 과다하게 지출했달까요... 미련이 많아 개별화장하고 돌로 만들고 하느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다음주 말고, 13일 월요일이 시작하는 주에 시간 괜찮으면 한 번 만나요...
      건강 잘 챙기고요.
  2. 비밀방문자  2011/06/01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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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6/03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러고 보면 그 봄, 늦은 시간 고양이 얘기를 하며 즐겁게 걸었는데요... 벌써 일 년이 지났네요.. 아가들은 훌쩍 컸는데 리카만 아팠나봐요...
      무늬는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랄게요. 정말로 어디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요...
      댓글과 촛불, 고마워요...
  3.   2011/06/01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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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밀방문자  2011/06/01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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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6/03 2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정말 갑작스런 소식이기에 저도 비공개 님도 충격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달까요...
      리카에게 안부 전할게요... 고마워요...
  5. 비밀방문자  2011/06/15 2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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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6/03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마지막에 병원에 데려간 게 잘 한 일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냥 집에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떠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병원 환경과 치료 과정이 아픈 아이를 더 아프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병원에서 살리고 싶으면서도 자꾸만 미안하더라고요..

      눈을 못 감은 게 속상했는데 체온 저하 때문이네요.. 아, 저도 엔젤스톤에서 스톤으로 만들었어요. 차마 그냥은 못 보내겠더라고요.. 그래서 책장 한 곳을 비워서 초라하지만 작은 자리를 하나 마련했고요..

      그 오랜 시간 든 정을 떠나보내려면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요.. 정말 몸이 아프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슬퍼하고 슬픔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몸이 엄청 고되단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호동이와는 오래오래 별 탈 없이 지내길 바라요..
      그리고 리카 병문안 갔을 때 털을 미는 아이들을 여럿 봤는데요...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더라고요... 호동이는.. 선생님이 있으니까 잘 극복할 거예요..
      선생님도 더는 어디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고요!
  6. 비밀방문자  2011/06/03 0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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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6/03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길 바랄 뿐이에요.. 전 리카에게 못 해 준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미안하지만요...
      가끔은 이런 운명을 리카가 알고 일부러 저에게 왔나 싶기도 해요..
      고마워요... 리카도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을 게요..
  7.   2011/06/03 0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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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1/06/08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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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혜진  2011/06/09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카는 루인님과의 시간이 행복했을거에요...
    • 루인  2011/06/10 2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랬길 바라고 있어요... 저와 함께한 450여 일 시간이 즐거운 기억이길 바라고 또 바라지만... 못해준 일만 떠올라서요..
  10. 비밀방문자  2011/07/1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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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1/07/15 0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먼저 연락을 드리려고 했지만 너무 미안하기도 해서 차마 연락을 못 했어요.
      미안해요...
      곧 연락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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