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 들어 세 번째 강의를 했다. 그리고 좀 재밌는 일이 있었다. 무려 질문이 폭주한 것. 덜덜덜.

기억이 확실하다면 2007년 즈음부터 특강을 다니기 시작했다. 첫 특강/강의는 아는 사람이 자신의 수업시간 특강을 맡겼다(오늘도 이 분의 수업 특강이었다). 수강생이 대략 150명 정도인 수업에서 처음 진행한 특강은 아직도 어떻게 했나 싶게 얼떨떨했다. 놀랍게도, 그 특강의 수강생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특강을 기점으로(응?) 나의 강의는 주구장창 망했다. 크크크. ;;; ㅠㅠㅠ 어떤 날은 너무너무너무 못 해서 한 달 가까이 즐거운 자학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크크. ㅠㅠㅠ (사실 몇몇 강의는 아직도 부끄러움에 얼굴을 못 들 지경이다.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 ㅠㅠ )

암튼 나의 이런 무능과는 별도로, 특강을 가면 대체로 질문이 없는 편이다. 물론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이 적은 거야 새롭지 않을 듯. 이제 "질문하세요."하면 약속이나 한 듯, 다들 고개를 숙이는 모습, 익숙한 일이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크크. 그러다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한두 명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도 많은 편이 아니라, 보통은 서너 명 정도가 질문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조용해지고, 사회자나 수업 담당 강사가 마무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하세요"라고 말을 한 후 "보통 질문하세요라는 말을 하면 질문이 없더라고요"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바로 첫 번째 질문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잠시 쉬는 짬도 없이 사람들이 질문을 했다. 동시에 세 명이 손을 들기도 했다. 심지어 수업시간이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있나! 심지어 질문 내용도 다 괜찮았다! 수업시간이 아니라 따로 마련한 특강 자리였다면 더 오래 얘기했을 수도 있겠다 싶은 분위기였다.

나로선 무척 새로운 경험이라 꽤나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의 강의를 들은 사람도 과연 좋았을까? 엉엉엉.
2011/04/20 21:23 2011/04/20 21:23
─ tag  ,
Trackback URL : http://runtoruin.com/trackback/1799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