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분들이 책 [남성성과 젠더]를 사줬다. 어제 KSCRC 후원 겸 북콘서트 자리에서. 물론 북콘서트에서 책을 사겠다고 준비하고 왔겠지만, 그래도 후원콘서트장인데 책이라니... 크크. 나의 예상과 달리 많은 분이 책을 샀다. 그 중 몇 분은 콘서트에 참가한 필자에게 싸인을 받기도 했다. 덩달아 나도 싸인을 몇 번 했다.(사실 책 판매 담당이 나라서... 쿨럭.. ;; )
책은 이미 지난 주에 다 읽었다.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이다. 내가 공동으로 참여한 책이라 리뷰를 쓰기 참 멋쩍달까. 내가 참여하지 않은 책이라면 부담없이 리뷰할텐데...
아무려나 한 번 쭉 읽은 느낌은 대체로 좋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쉬움의 팔 할은 내 글에서 비롯하고. 그럼에도 '좋다'는 느낌이 든 이유는 이 책이 네 가지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즉, 젠더 이슈에 관한 책, 남성성에 관한 책, 퀴어이론에 관한 책, 트랜스젠더 이론에 관한 책으로 읽기에 좋다는 판단을 했다. 다른 말로, 젠더-남성성-퀴어-트랜스젠더 이론이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중첩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혹은 트랜스젠더 이론을 다룬 책 혹은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읽을 만한 책이 거의 없는 한국 상황에서 이 책은 조금이나마 갈증을 달랠 수 있다. 젠더이론 혹은 페미니즘/여성학 입문서를 읽고 나서 다음 단계로 읽기에도 좋다. 번역서가 아닌 한국어로 쓴 책 중에서 퀴어이론서로 권할 만한 책이 매우 드문데, 권할 만한 책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좋다.
[남성성과 젠더]의 아쉬움이나 비판지점을 지적하려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조금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다. 어쨌거나 뭔가 하나 생겼다는 게 중요하니까.
... 책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팔고 있습니다... 크. ;;;
+
덧붙이면...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를 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땐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냥 낸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지금이라고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아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모르겠다. 그럼에도 뭔가 다른 느낌이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여름이나 가을 초에 또 다른 책이 한 권(역시나 공저) 나올 예정인데 그땐 또 어떤 느낌일까?
Trackback URL : http://runtoruin.com/trackback/1783
- 남자다움이라는 판타지 해체하기 - 남성성과 젠더(2011) Tracked from Fly, Hendrix, Fly 2011/06/06 20:46 delete
비공개 님과 같은 반응을 읽을 때마다 힘을 받거든요.
사실 저 역시, 글을 쓰면서도 이것이 단지 저 혼자의 상황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의 반응을 접하면 제가 고맙고 저 역시 안심하고 그래요.. 헤헤.
다른 책은.. 이미 알라딘에 연재한 글이에요.
http://blog.aladin.co.kr/gender/4255801
대폭 수정할 계획이지만 어떻게 될지요... ㅠㅠ
산업자본주의와 몸의 규격화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든 푸코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저 역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ㅠㅠ
"몸의 규격화는 산업자본주의와 상호 구성 관계를 맺으며 개개인의 몸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농업 중심 사회에서 공장제 도시 산업자본주의로 경제 체제가 변하고, 엔클로저 운동으로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의 노동 인구가 증가했다. 이에 공장은 공장 노동에 적합한 인간의 몸을 규정했다. 공장주는 가급적 저임금 혹은 무임금으로 착취할 수 있는 인력을 원했기에 공장 노동자의 상당수가 아동이었지만, 아동이건 성인이건 모든 몸이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동할 수 있는 몸은 비장애 몸, 병들지 않은 몸, 규범적이라고 가정하는 몸이며, 남성성을 체현할 수 있는 몸이었다"(p.73).
어쨌거나 블로그 종종 들어오는데 책 보고나서야 한 번 댓글 달아봅니다. 그럼 총총..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이렇게 글을 써주셔서 고맙달까요.. 하하.
석사논문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
푸코는... 하하. 제가 (저의 기준으로)푸코를 공부한 적이 없어서 어림짐작만 할 뿐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이론가(버틀러, 스트라이커 등)가 푸코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거나 다양한 식으로 언급하고 있다보니 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다른 한편으론 푸코 논의는, 버틀러의 젠더 논의처럼 출처를 밝히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제는 기본이라 어떤 식으로 출처를 밝혀야 할까 난감하기도 하고, 출처가 없을 경우 표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요.
아무려나 고맙습니다! :)
<Liked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