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드]란 책을 읽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주제의 책이 나와 오랜 만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구들드]도 같이 샀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으니까. 기대했던 내용은, 구글이란 기업의 문제점, 사악함에 관한 것이었다. 구글이란 기업이 나름 이미지 관리를 잘 하고 있지만, 그 이미지를 믿지 않기에 피상적이지 않은 수준의 분석을 기대했다. 기대는 금물. 개인정보에 무관심한 태도, 사용자의 관심과 습관을 끊임없이 수집하려는 태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이런 태도를 옹호한다. 저자는 중립적으로 기술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구글이 한국기업이었다면 기업홍보용 도서로 널리 배포했을 듯?

그래도 꽤나 재밌는 부분이 많다. 가장 흥미롭고 또 구글이란 기업을 잘 설명하는 에피소드는 지메일과 관련해서다. 지메일을 만들고 초대제로 운영했을 초기, 1G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용량으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초기엔 "삭제" 메뉴가 없었다고 한다. 사용자에 따라 메일을 읽고 나서 삭제할 수도 있고 보관할 수도 있는데, 삭제 메뉴를 만들지 않은 것. 이유는 용량이 넉넉하니 삭제할 필요가 없고, 삭제한 메일이 나중에 다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 비효율적이라는 것. 지메일 개발에 관여한 창업자는 꽤나 오랫 동안 삭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_-;; 이 에피소드를 읽고 깔깔 웃었다. 구글답다란 느낌이랄까.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실패를 기본 옵션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은 부럽기도 했다. 이것은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기본 태도인데, 이것이 기업 운영의 바탕일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구글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구글의 행보는 늘 신경쓰인다. 가장 큰 불안은 행여나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 그럭저럭 괜찮았던 엠파스가 망한 이후, 늘 이런 불안을 품고 산다. ;;; 현재 분위기로는 구글이 망할 거 같지 않지만 모든 건 한순간이니까. 구글 계정에 저장한 자료 옮기는 거, 보통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잘 되길 바란다. 구글이 독주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건 망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그나저나 효율 혹은 효용 관련해선 지난달부터 시작한 구글 인스턴트 검색을 통해 실감했다. 인스턴트 검색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입력하는 단어에 따라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웹브라우저를 좀 가리긴 하지만 파이어폭스나 크롬에서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을 듯. 소개 동영상은 여기로 http://goo.gl/hjSm 인스턴트 검색을 사용하며, 첨엔 신기했는데 지금은 당연하다. 그리고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려 결과를 확인하는 기존의 방식이 번거로워지기 시작했다. ;;; 다른 검색사이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는데 바로바로 결과를 안 보여주면 번거롭고 살짝 짜증도 난달까;; 흐. 이런 익숙함이 무서운 거지.

암튼 책 자체는 꽤나 흥미롭다. IT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미디어 관련 책, 혹은 사회학 서적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원고와 관련한 책 말고는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상황인데도,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끝을 봤다. ;;;


*한 줄 독후감: 구글은 신자유주의 원단이다.
2010/10/12 23:18 2010/10/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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