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 서평을 『여/성이론』 21호(2009년 겨울)에 실었다. 이런 식으로 서평을 써도 괜찮은 걸까,라는 고민을 많이했다. 작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이곳 [Run To 루인]에 쓴 글 중에, 관련 고민을 포스팅한 것도 몇 개 있고...

난 내가 쓴 글을 가급적 이곳에 공개하길 바라지만, 출판된 글이기도 하고, 관습적인 서평의 형식에도 안 맞아 공개를 꺼렸다. 근데... 문득 공개하고 싶은 바람이 생겨서... 으하하.

출판한 글이니 좀 긴 편입니다. 뭐, 제가 길이를 따져가며 글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요.. 으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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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봉합사 삼아 트랜스페미니즘을 모색하기 위한 메모
-루인(트랜스젠더/퀴어 활동가, runtoruin@gmail.com)


01
클럽에서 일하며 장기간 호르몬을 투여하여 ‘여성’으로 통하는 mtf, 제이 씨가 병역면제가 안 되어 입대를 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소식을 전해준 마리 씨 역시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입대 판정 이후 제이 씨와 연락이 잘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모르는 척, 제이 씨에게 안부문자를 보냈다. 제이 씨는 고향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클럽에서 일하다 보니 몸이 안 좋아 몇 달 고향에 머물며 요양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이 씨가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이 씨, 마리 씨, 그리고 나 셋이서 함께 병원에 가기도 했으니(모든 실무는 마리 씨가 진행 했다) 입대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럴 수가 없었다. 입대 준비로 고향에 가는 걸까, 짐작하면서도 모르는 척, 푹 쉬고 서울 오면 꼭 만나자고만 했다.

핸드폰을 닫자 슬픔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고민이 쏟아졌다. 제이 씨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상엔 여성과 남성 뿐이라는 젠더 이분법을 고집하는 사회에서, 제이 씨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추방당한 걸까? 아님, 남성에서 남성으로 구속된 걸까? 트랜스젠더에서 남성(젠더 이분법 규범)으로 박제당한 걸까? 국민국가의 성원권은 가질 수 없지만 의무는 이행해야 한다는 걸까? 혹은 처벌의 일종인 걸까? 이 시대의 젠더와 몸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수한 낚시 바늘 모양이 내 몸에 박혔다.

아마 우리와 그들이란 경계, 범주명명과 구분이 흐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제이 씨를 추방한 원동력이었으리라. 이런 고민을 하며 나는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책, 『흑인 페미니즘 사상』(박미선, 주해연 옮김. 서울: 여이연, 2009)을 읽었다.


계속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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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보낸 판본으로 PDF 올립니다.
 http://j.mp/aOyYdI
이 글에 관한 가장 정확한 판본 및 서지 사항은 『여/성이론』 21호(2009년 겨울)에 실린 것입니다. 따라서 잡지에 실린 것을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뭔가 속보이는 멘트라 말을 조금 더 덧붙이면... 모 사이트에서 원문서비스를 하는데, 아직 21호가 안 올라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출판사에 보낸 판본을 공개한달까요. 하하. ;;

+
출판사 정식 인쇄본은
공식 인쇄본입니다. 출판 서지사항은 http://goo.gl/6Ij75

2010/08/07 23:35 2010/08/0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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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흑인 페미니즘 사상』: 매우 짧은 리뷰 Tracked from Run To 루인 2011/03/15 21:36  delete
  1. 지구인  2010/08/12 2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해요..흑인페미니즘사상으로 스터디를 해도 좋을텐데.. 먼저 루인글로 사전스터디를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고싶어하지않을까하는 생각이... 크크
    • 루인  2010/08/15 2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수줍어요.. =_=
      제 글로 스터디를 하신다면 저는 영광이에요! 흐흐.
      그나저나 흑인페미니즘사상은 정말 퀴어 관련 활동가들이 꼭 읽으면 좋겠어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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