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랜 만에 집에 앉아 글을 읽고 있다. 글을 읽는 곳은 계속 바뀐다. 동거묘가 나를 부르는 곳, 동거묘가 드러누워 잠을 자는 곳이 내가 머무는 곳이다. 마루에서 싱크대에 기대 글을 읽다가 동거묘가 방으로 들어가 사료를 먹기 시작하면 나는 따라 간다. 동거묘가 나를 부르기도 한다. 냐옹, 하고 부르면 나는 가야 한다. 그럼 동거묘가 밥을 먹는 동안 나는 그 옆에 앉아 글을 읽는다. 그러다 다시 마루로 가서 아깽이를 돌보기 시작하면, 나는 또 그 옆에 앉아 글을 읽는다.

동거묘가 들어오고 아가들이 태어나고 무사히 자라기까지... 얼추 8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내가 사는 방에 고양이가 들어온지 80일 정도가 지나자, 이제야 비로소 책과 논문을 조금씩 읽을 수 있다. 초기엔 논문을 읽기 위해 외출했다. 고양이와 사는 일에 워낙 처음이라 적응을 못 했다. 논문을 읽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거묘와의 생활에 적응할 즈음, 아가들이 태어났다. 다시 적응해야 했다. 아가들을 돌보는 동거묘의 생활에 나를 맞추기 시작했다. 다시 이 생활에 적응할 즈음, 이젠 아가들이 우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배변을 못 가리고 모든 물건에 호기심을 보여 정신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나는 알바와 다른 일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흘렀다.

얼추 80일 정도의 시간이 흘러, 말도 안 되는 세계일주를 할 시간이 흐르자 비로소 나는 여유가 생겼다. 아가들이 자고, 그 옆에 엄마냥이 자고, 난 그 옆에 앉는다. 다들 자는 모습에 덩달아 자기도 하고, 논문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토요일. 이제야 비로소 집에 앉아 논문을 읽을 수 있다. 사실 어제 밤에만 해도 밖으로 나갈까, 고민했다. 망설였다. 불필요한 소비라 망설였다. 그러다 시도하기로 했다. 가능하다.


02
뭔가 일자리를 구할 거 같은데 좀 재밌는 일이 생겼다. 확정되면 나중에 자세히..


03
석사논문을 겸사겸사 읽고 있다. 심사후 수정판이 아니라 심사를 위한 제출판으로. 논문을 읽으며, 손발이 오그라든다. 어떻게 이 논문을 통과시켜 줄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지경이다. 정말 조잡하다. 각 장별로 나눠서 별도의 글이라면 읽을 만하다. 하지만 하나의 논문, 한 권의 책이라면 정말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확인하니 나쁘진 않다.


04
행사 일주일을 앞두고 강연청탁이 왔다. 행사 일주일 앞두고 청탁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덥썩 물었다. 그런데 왜 그 이후로 연락이 없지??


05
아무려나 집에 앉아 논문을 읽으니 참 좋다. 주제도 6월에 있을 발표 내용에 맞는 거라 다행이고.
2010/05/22 20:07 2010/05/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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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  2010/05/23 0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옹 ㅇㅁㅇ 어떤 일자리일까요! 궁금하네요! :)
    더워지는 날씨이지만 조금 더 선선해지는 일상이길 바래요! 몸도 맘도 산뜻하게-
  2. 비밀방문자  2010/05/26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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