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페르세폴리스』 세트 득템. 헌책방은 아름다워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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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참 묘해요. 규범적인 가치를 살기위해 애쓰는 사람과 잉여로 여기는 가치를 살기위해 애쓰는 사람. 각자의 행복과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분은 참 묘해요. 그건 제가 모르는 삶이기 때문이죠.

며칠 전 제가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어요. 그 논문의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어떤 정치학에서 특정 규범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그 규범을 비판하면서도 욕망하거나 얼마간 바라거나 알고 싶은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뤘죠. 아마 이런 거겠죠. 저는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적인 삶의 방식, 행복의 이상에 도달할 수도, 도달할 의지도 없죠. 그래서인지도 몰라요. 그런 삶을 살거나 지향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 대충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러한 삶을 산다는 것이 규범에 매여 있다거나 수동적이라거나 뭐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우월하고 덜 우월하다는 식의 구분을 어떻게 제가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제가 평생 알 수 없을 가능성이 큰 그런 삶, 그런 삶을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한거죠. 아, 물론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죠. 집안 배경, 학력이나 학벌, 젠더, 섹슈얼리티 등등. 몰라, 몰라요. 고민할 수록 골치 아파요.

그러고 보니 오전에 우체국에 갔다가 입사원서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발송하려는 사람을 몇 명 봤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전 그런 거 쓴 적이 없어서. ;;; 대학원 입학 원서는 쓴 적이 있긴 하지만요 …. 하하. 암튼 제가 일한 곳은 이력서나 기타 서류가 아예 필요 없거나 엉성하게 대충 작성해도 되는 곳이었거든요. 알바라 지원만 하면 받아 주는 곳이라서요. 아, 제가 비장애인이고 한국인국적을 의심받지 않는 외모라서 지원만 하면 일할 수 있었겠죠.

03
하루 종일 기분이 폭등과 폭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후후.
2009/10/08 22:39 2009/10/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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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구인  2009/10/13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르세폴리스는 만화책이 훨씬 좋더군요. 전에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봤는데.. 너무 많이 생략되어서 주인공에게 공감을 하기 어려웠거든요. 여튼 득템 축하 ^^
    • 루인  2009/10/13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히히. 고마워요.
      페르세폴리스의 두 번째에 동성애 관련 내용이 잠깐씩 나와서 잠시 고민했어요. 퀴어락에 기증할까 말까 하고요. 으하하. 하지만 한동안은 제가 품으면서 몇 번 더 읽고 나중에 판단하려고요. 히히.
  2. 여울바람  2009/10/14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번은 저도 궁금해요! 넓지는 않은데, 다양하기는 한 좁은 인간관계(-_-;)속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마치, 단편 영화의 연속을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 규범을 비판하면서도 욕망하거나 얼마간 바라거나 알고 싶은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도 저도 무척 궁금한데,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바로 그러한 감정'에 빠져있지 않을까요.(규범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저도 그래요.) 욕망은 하되, 이룰 수 없는 그러한 딜레마 속에서 서로를 향해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며, 부자가 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사회를 살아내는 이들의 마음의 이중분열!(핫핫)[무심한 듯 시크하게 스스로 비굴해지는!]

    음..이건 쫌 다를지 모르겠지만, 남성·이성애 또한 하나의 '규범'으로써 비슷한 상황에 놓이기도 해요.
    • 루인  2009/10/15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넓지는 않은데, 다양하기는 한"이란 표현, 너무 적절해요! 저 역시 인간 관계가 매우 좁은데, 만나는 사람들 면면은 매우 다양해서요. 흐흐.

      욕망은 하지만 이룰 수 없거나, 욕망하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한 욕망들을 설명하는 게 정치학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사실 지금까지 정치학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너무 많았지 않았나 싶고요. 인간의 욕망이란 게 너무 복잡한데 이 복잡함을 간과하고 당위만 주장하는 정치학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하.

      이성애-남성이란 규범은 아마 가장 협소하고 거의 모든 욕망을 불가능하게 하는 규범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런 저런 트러블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언젠간(어쩌면 바로 지금) 이성애-남성이란 규범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아요.. 흑
  3. 유아  2009/10/14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규범을 비판하면서도 욕망하거나 얼마간 바라거나 알고 싶은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뤘죠."

    어떻게 하래요? 제가 필독해야 할 글인 듯..-_-;;

    전 꽤 오래 자유롭게 살고 싶어했는데..요즘엔 "행복"하고 싶단 말이 튀어 나와요. "돈" 소리가 입에서 잘 튀어 나오구 ㅋㅋㅠ
    • 루인  2009/10/15 1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내가 이렇게 살려고 이짓을 하고 있나"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걸요. 으하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논문에선 기존의 이론들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욕망과 기존의 정치학이 빚어내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할 여지는 주더라고요. 논문은 Samantha Murray의 "(Un-Be)Coming Out Rethinking Fat Politics"이에요.

      아,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행복하지 않으면 다 무슨 소용있겠어요. 사실 입으론 갖은 불평을 하면서도 지금의 삶이 제 기준에선 행복하거나 적어도 불행하진 않으니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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