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가난한 사람에게 '애국'은 없다. 조국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하는 국가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미야 가린(김은남, 박근영 "일본 '로스 제네', '88만 원 세대'를 만나다" 『시사인』 제86호 2009년 5월 9일)


늦은 오후 이번 주 『시사인』을 사서 특집을 읽다가 이 문장에 끌렸다. 아마미야 가린은, 이미 아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극우에서 반(反)빈곤 운동을 주도하는 신사회 운동의 기수로 변신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가 쓴 책이 최근 번역되어 나왔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으면 읽을까 고민 중이다.


02
"한국과 일본의 백수가 연대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진지하게 물으면 이런 식이었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가하니까요."
-마쓰모토 하지메(김은남, 박근영 "정신 차려, 자네도 각 잡힌 가난뱅이야" 『시사인』 제86호 2009년 5월 9일)


역시 『시사인』의 같은 특집에 실린 글이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가난뱅이 운동'을 한다고 할까? 암튼 이 사람의 책도 나중에 챙겨 읽어야겠다. 이 기사의 말미엔 그의 다음 말을 인용하고 있다.


"정규직 됐다고 '우등반'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세! 안 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 잠깐 쉬거나 몇 년쯤 아무 일 안 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놈들이라고."


03
"그때 당신네 차장이 내게 와서 이럽디다. 주거래은행 같은 금융관행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주거래, 주거래 하면서 매달리는 건 곤란합니다."
할 말이 없었다. 도모노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길밖에 없었다. 과거에 어떤 벽창호가 했던 말을 자신이 지금에 와서 사죄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오키도의 분노를 잠재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생각이었다.

(이케이도 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민경욱 옮김. 58-59쪽)


도모노는 은행 직원. 어느 회사 사장에게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대출을 하라고 부탁하러 갔는데, 사장이 과거 그 은행에서 당한 수모를 말하는 장면이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은근히 위의 두 기사와 어울린다. 물론 내가 이케이도 준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 밑줄을 그었다.
2009/05/05 09:43 2009/05/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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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톱깎이  2009/05/06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쯔모토 하지메 '가난뱅이 역습'을 보니까, 작년 선거 때 제가 하고 싶었던 게 거기 다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2. 라니  2009/05/10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난한 사람에게 '애국'은 없다... 가슴을 쿵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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