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玄牝에 돌아가 씻으려고 수도밸브를 돌렸다. 찬물은 잘 나왔다. 밤엔 찬 물로 씻으니 그러려니 하며 온수로 수도밸브를 돌렸다…. 이런! 물이 안 나왔다. 수도관이 얼었다. 이런, 이런.


수도관이 언 것이 몇 년 만의 일이냐. 예전에 살던 방은 겨울이면 수시로 수도관이 얼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는 건, 동파로 파손되진 않았단 것. 하지만 조금만 추워도 수도관이 얼었다. 그땐 찬물조차 안 나왔다. 그러길 몇 번 반복하자, 난 수도관이 어는 걸 막아준다는 기구를 샀었다. 별 효과가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효과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네. 하지만 현재 사는 곳에서 수도관이 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추워도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 나온 적이 없다.


수도관만 언 것이 아니었다. 방은 얼음장이었다. 하얀 입김이 선명하게 보였다. 흐흐. 사실 난 아직까지 난방용 보일러를 안 틀고 살았다. 온수는 매일 사용하지만 보일러로 난방을 할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냉방에서 살았다. 전기장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조금 따뜻한 방에서 살고자 난방용 보일러를 틀면, 기름값이 일주일에서 열흘 치 생활비 정도로 나왔다. 몇 년을 이러다가 결국 올 겨울엔 따뜻한 방을 포기했다. 어차피 아침 7시엔 玄牝에서 나오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玄牝에 돌아가니 큰 문제는 없었다. (자치방이 아니라 잠만 자는 방? 흐흐) 근데 이런 상황이, 수도관을 얼게 한 것 같았다. 별 수 있나? 보일러를 틀어 난방을 해야지. 아울러 수도밸브를 조금 열어뒀다. 그래야 얼지 않을 뿐 아니라, 언 수도관을 녹일 수 있으니까.


다행히 얼었던 수도관은 녹았고, 아침에 사용하는데 지장 없었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수도관 동파 사고가 많다는 소식이 남일 같지 않았다. 흐흐.


+
쓰기 전엔 웃겼는데, 쓰고 나서 다시 읽으니 지지리 궁상이다. 푸핫.
2009/01/13 11:46 2009/01/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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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진  2009/01/13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 >_<
    추운건 어떻게 한다 쳐도 따뜻한 물이 안나온다면......그것도 고사하고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아예 안나온다면........상상도 안가요 ;ㅁ;
    • 루인  2009/01/14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음에 온수 부분이 안 나왔을 때, 아침까지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상상에 등골이 오싹했어요. 다행히 아침엔 해결이 되어 다행이었달까요. 아님 예상치도 못 한 냉수목욕을 해야 했달까요... 흐흐
  2. 당고  2009/01/14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달까진 꾸욱 참았는데 이번 달 들어 너무 추운 나머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구 틀어대고 있어요. 다음 달에 공과금 어떻게 나올지 정말 공포스러움-ㅅ-;;
    • 루인  2009/01/14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이지 겨울철 도시가스 공과금은 가장 무서운 선고장 같아요. 지난 겨울까지, 난방을 했을 땐 공과금 지로용지가 올 때마다, 호흡을 멈추고 조심스레 금액을 확인했어요. 흐흐흐.
      공과금은 공포물이에요. 흑흑
  3. 벨로  2009/01/14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도관 동파되면 정말 큰일인데 그래도 다행이네요. ㅎ
    날이 추울 땐 하루종일 온수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게 해 놓아야 한다던데요. 근데 그러면 정말 보일러가 하루종일 돌까 무척 두려워요. =_=
    • 루인  2009/01/14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시기에 동파해서 고쳐야 했다면 병원비가 더 나왔을 거 같아요. 흐흐흐. -_-;;;
      저도 보일러가 하루 종일 도는 게 걱정인데다, 玄牝의 보일러는 자주 사용하면 갑자기 동작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_-;;; 그래서 행여나 온수가 가장 필요한 아침에 멈출까봐 자주 쓸 수도 없어요. 흐흐흐.
  4. 지구인  2009/01/14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날씨에 난방을 안하고 지내시다니 정말 그 정신력에 감탄을! 전기장판은 공기까지 데워주지 않으니 추울텐데요. 난로도 전혀 안쓰시는 건가요? 정말 대단해요. 하긴.. 기름값이 너무 많이 나오긴 합니다. 센터는 크긴 하지만 이중창 시스템에 잘 되어 있어서 난방을 하루에 2~3시간만 돌리면 하루종일 따뜻해요. 그렇게 아껴써도 도시가스 12월치가 10만원이 나왔어요. -.-;;; 하지만, 이것보다 작은 사무실에서 지내며 기름난로를 쓸 때랑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여서 위안을 좀 받긴 하지만.. 갑자기 확 늘어난 난방비지출은 가난한 이들에게 큰부담이 되는 건 사실... 에고.. 그래도 감기 조심하세요. 참. 지지리궁상은 아니에요. 인간승리로 보여요. ^^
    • 루인  2009/01/14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모든 영광을 통장잔고에게.... -_-V 흐흐. 한동안 일을 못한 여파로, 통장잔고 압박이 상당한데(조금씩 풀릴 기미가 보여서 다행이고요. 헤헤) 그 압박이 이런 인간승리를 일구는 거 같아요. 크크크.
      센터 사무실이 이중창이라니 정말 다행이에요. 이중창이 아니었으면 외풍으로 도시가스비가 더 많이 나왔을 거 같아요. 더욱이 거의 옥탑에 가까워 난방비가 더 많이 들었을 테고요. 정말이지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은 더 추워요.. 그나마 이번 아카데미가 잘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조금 다행이에요. 헤헤.
      조만간에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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