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랜 만에 숨책에서 알바를 했다. 직원이 집안 일로 나올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대신 일했다. 알바가 생겨서 기뻤던 건 조만간에 생활비가 바닥을 드러낼 예정이기 때문. 그러니 일거리가 생기면 무조건 해야 하는데, 때마침 숨책 알바라니!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내가 헌책방의 보물을 그냥 지나칠 리가 있나. ㅠ_ㅠ 그나마 책값을 많이 깎아줘서 다행일 뿐. 아님 알바비의 60%를 책값으로 쓸 뻔했다. (40%나 60%나 마찬가진가? -_-;; 흐.)


가장 기쁜 '득템'은 『The Madwoman in the Attic』. 영문판인데 제본이 아니라 출판본이고 밑줄 하나 없는 새 책이었다. 비록 세월의 흔적은 많이 남아있었지만 책을 읽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다락방의 광녀'는 영미 페미니즘 문학이론의 고전이다. 비록 지금의 내가 문학전공자는 아니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내용은 예전에 조금 읽은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 이 책에 실린 글의 일부를 다룬 적이 있어서. 그때 꽤나 흥미로웠다. 앞으로 5년 내에 이 책을 읽을 일이 없을 수도 있고, 2년 내에 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소장하고 싶었다.


또 다른 '득템'은 『Cyborg Citizen』. 이 책 역시 영문판에 출판본! 아마 이 책은 2년 내에 읽으면 빨리 읽는 것일 터. 당장 읽을 책은 아니다. 하지만 헌책방에서 '나중에 사지'란 없다. 내가 눈독을 들이는 책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도 눈독을 들인다. '내일 사지'하고 내일 찾으면 이미 팔리고 없다. 여러 번 겪었다는ㅠ_ㅠ 흐흐. 책의 주제가 나의 관심 분야기도 하다. 사이보그 이슈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사이보그 이슈와 트랜스젠더 이슈는 분리하기 힘든 측면도 있고. 다만 지금이 아니라 다른 글들을 더 읽으며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진 후에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네 권을 더 샀다. 몇 달 안에 읽을 책도 있고, 예전에 샀는데 일부러 하나 더 구매한 책도 있고. 성매매와 관련한 자료집도 하나 샀다. 책 내용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발간한 듯 반성매매와 관련한 여러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자료집이니 나중에 어떻게 공짜로 구할 수도 있겠지만, 어제 당장 산 건 그 자료집에 쉴라 제프리스(Sheila Jeffreys)의 인터뷰가 있어서. 내가 제프리스를 좋아하냐고? 그렇지는 않다. 제프리스는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혐오발화를 공공연하게 하는 이론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샀다. 올 해 할 수도 있는 어떤 일(아직 확실하지 않아서…)과 관련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책을 사고 나서 기분이 복잡했다. 책을 고르고 얼추 8시간 정도를 고민했는데, 결국 어느 한 권 안 빼고 다 샀다. 책을 읽지는 않아도 소장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무척 기쁘긴 한데, 나의 생활비는…. ㅠ_ㅠ 그동안 일을 거의 못 했더니, 통장 잔고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알바 구합니다. 아무 일이나 시키면 잘 합니다. 하지만 일당제로 고용하셔야 합니다. 흐흐.
(이 글의 결론이자 핵심은 이것!)
2009/01/04 13:13 2009/01/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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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  2009/01/04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인님, 녹취도 하세요? 얼마 전에 친구가 녹취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벌써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루인님 관심 있으시면 한번 물어볼게요. 생각 있으시면 문자 주세요.
  2. 당고  2009/01/05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알바 구하는데!OTL 일을 소개해줄 주제는 못 되고 그저 같은 입장이군요ㅠ_ㅠ
  3. 지구인  2009/01/05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책을 사는 건 행복한 일이죠.
    • 루인  2009/01/05 1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건 그래요. 책을 사면 기분이 무척 좋은데, 사고 나서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아흑..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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