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10월 초 n[앤]이란 여성주의 자치 언론에 기고한 글. 진즉에 공개하려 했으니 게으름의 결과 이제야 공개한다는. 흐. -_-;; 공개하는 버전과 실제 잡지로 인쇄될 버전은 좀 달라요. 어느 게 더 진본이냐의 문제는 아니고. 글을 기고할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청탁에 응한 건, 청탁이 고맙기도 하고, 논문이란 형식이 아닌 다른 형식의 글을 쓰고 싶기도 했고, 주제 자체가 좋았고. 글을 쓰면서도 쓰는 저 자신은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하지만 해보고 싶은 형식을 택했거든요. 종이책이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 편집했을지 기대하고 있어요. :)


나중에 이런 형식에 비슷한 주제로 학술논문을 쓰고 싶어요. 한국의 학술논문이 워낙 고리타분해서 형식적인 제약이 상당하잖아요. 논문 제목을 정하는데도 제약이 있고요. 으으으. 그래서 앤에 기고한 글과 같은 형식의 글을 게재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읽기..


#마지막 괄호 속의 구절은, 사실 발송하기 전까지도 있었다. 근데 아무래도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삭제했다. 그래서 여기선 한 번 살려 본다는. 흐.;;
2008/11/10 13:04 2008/11/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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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의택배  2008/11/11 0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편집위원 다들 루인님의 글을 재밌어 했으니 앤 독자 또한 그러리라 기대하고 있답니다^^ 히히 그리고 편집이 끝나면 어떻게 나올지도,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오.. 그 뒤에 '재수없다'는 투명한 괄호가 숨겨져 있었던거군요!ㅋㅋ
    • 루인  2008/11/18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흐흐. 이곳을 왔다 간 사람이라면 투명한 잉크로 인쇄한 내용을 읽을 수 있겠어요. 흐흐.
  2. H  2008/11/12 0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인님 스스로도 느끼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루인님 글을 그래도 꽤 긴 시간에 걸쳐 읽어온 독자 중 하나로서, 이 글이 루인님이 이제껏 생각해 오고 써오고 고민해 온 것이 너무나 잘 농축되어 있는, 지금의 단계에서 완결성이 보이는 것 같은 참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르게 얘기하면, 논문이 끝나가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게 막 느껴진달까요) 루인님 이 글 참 좋아요.

    "당신의 젠더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 좀 복잡한 생각이 들어요. 루인님이 괄호 안에 재수없다고 한 게 제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의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저 질문은 영어 질문의 번역어같은데, 누군가를 지칭하고 대화를 하고 말을 할 때, 남/녀 대명사가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분법적 젠더를 사용하고 호출해야 하는 영어의 언어적 특성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말은, 개인적인 관계로 들어가서, 언니라든지, 형이라든지 이런 호칭에서는 젠더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대명사 사용이나 대화에서는 사실 젠더이분법이 강하게 드러나는 언어는 상대적으로 아닌 것 같거든요. (예컨대 애인에 대해서 얘기할 때도, 영어로 할 때는 정말 커밍아웃을 안하고 두세문장을 넘어가기가 무척 힘든데, 한국말로 하면 몇시간씩도 젠더를 드러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애인이, 그 친구가, 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지칭하면서요) 대신 우리 말은 언니와 누나가 다른 것처럼 젠더표현이 관계 안에서 상호작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말로 "당신의 젠더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는 다른 더 적절한 식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 지구인  2008/11/15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젠가 읽은 어느 국어학자의 문법책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영어의 영향을 받아서 그/ 그녀 라는 말을 쓰는데 좋지 않다. 한국말은 제 삼자를 가리킬때 그 할머니, 그 아주머니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쓰고 그렇게 쓰는게 더 존중하는 것인데 아무나 다 그/그녀라고 쓴다고... 야단을 쳐놓으셨더군요.

      처음 읽고 나름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했는데.. 그/그녀 라는 표현이 너무 모든 걸 뭉뚱그린다고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H님 덧글을 읽고보니 다시 다른 생각이 드네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눈앞에 있지 않은 어느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 (아줌마라고 하는 순간 성별과 결혼여부, 대략적 연령대까지 다 서술되어 버리는...)에 대한 ... 그러니까 이런 언어습관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 루인  2008/11/18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ㅠㅠ
      근데 전 딱히 잘 쓴 글이라기보단 그저 논문에서 도망칠 수 있어서 기뻤다는 느낌이 더 컸어요. 흐흐. 만약 글이 더 좋다면 최근 받고 있는 훈련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당신의 젠더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란 문장엔 저 역시 어색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저 이 질문이 상대방의 외모나 목소리 등을 인식하면 그 사람의 젠더도 알 수 있다는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꼭 한 번 사용해야지 했어요. ^^;;
      글을 쓸 땐, 딱히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전 그래서 의도적으로 이름을 쓰거나 '그'로 통일하는 편이에요. 참, 그러고보니 예전에 외국인과 얘길 나눌 자리가 있었는데 대명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겠냐고 묻길래 "It"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흐. -_-;;
  3. 지구인  2008/11/15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어요. 제가 쓰려고 할 덧글을 위의 H님이 벌써 쓰셨네요. 저도 루인님의 글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그런 시간들을 앞으로 계속 나눌 수 있길 기대해요. 글 올려줘서 감사! ^^
    • 루인  2008/11/18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ㅠ_ㅠ
      제 글이 좋아지고 있다면 분명 지구인 님 덕분이에요! 그때 그렇게 고생하셨잖아요. ^^;;


      저도 지구인 님과 많은 얘길 나눌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
  4. 비밀방문자  2008/11/15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날래  2008/11/15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을 받아서 좋지만, 글을 쓰면서 쓰는 사람이 스스로 재밌었다니 왠지 더 뿌듯하네요.^^
  6. 벨로  2008/11/17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동안 루인님 글 보면서 나름대로 맞춰 왔던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완전히 완성된 건 아니겠지만요^^)

    이분법적인 구분은 비단 젠더 문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있어서 인류의 뿌리깊은 본성(?) 같아요.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오바마를 흑인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전 의아해요. 이분법으로 나눠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 그렇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이분법적인 구분을 한 후에 대립 구도를 만들고,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하고, 또 그 두 범주에 속하지 않는 '예외'들은 무시하고.. 그런 것들이 다 폭력인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어요!
    • 루인  2008/11/18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흑흑.


      그나저나 왜 논문의 글쓰기는 그토록 엉망일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 도균  2011/01/21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루인씨의 책(음... 공동 기고였네요 ㅎㅎ), 블로그를 봐왔고,

    제 언어가 무척이나 모자라지만 그럼에도 루인씨의 글 속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끔 마주하고

    힘받았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처음 댓글을 달아보네요 ^^

    ‘충분히 여성(남성)’스러우면 과잉 재현에 이성애-젠더이분법 규범을 강화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충분히 여성(남성)’스럽지 않으면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얘길 듣는다. 트랜스젠더의 젠더만 문제고 비트랜스젠더의 젠더는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는 트랜스젠더에게만 있다. 이 부분이 정말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형,오빠,누나,언니 사이에서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고 또 속해서도 안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많은 도움과 힘 받았습니다. ^^

    그런데 사실 아직도 많이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데 저는 LGBT라는 표현이 참 싫습니다.

    성소수자 내부에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경계를 만들고

    또 그 안에서 경계를 만들어 사람들을 나누면서

    결국 다시 내부에서 규범이 생성되고 그것이 다시

    권력을 가질 때 LGBT는 개인의 성정체성을 고정적이고

    동시에 일정한 경계에 따라 나누어 질 수 있는 체계로

    끼워맞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봐왔던 꽤나 많은 성소수자 친구들이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부치 등의 언어로

    스스로를 정체화 하고 그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동시에 프라이드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와

    동시에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비이성애자,

    비트렌스젠더 사이에 넘어서는 안될(혹은 힘든) 벽이 생기고

    그러한 구분은 당연한 것이면서 또 훼손될 수 없는

    일종의 신성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밤을 새고 글을 쓰니 글이 엉망이네요 ㅠ 원래도 글을 잘 못쓰는데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꼭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 루인  2011/01/24 0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반가워요! :)

      명명을 통한 경계만들기-배제와 포함- 이슈는 언제나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늘 어떤 조심성이 필요하고 사용을 저어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요.
      저 역시 LGBT란 용어가 불편할 때가 있는데요... LGBT란 표현이 의도하지 않게 트랜스젠더의 성적지향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트랜스젠더 중에도 레즈비언, 게이, 바이가 있는데 LGBT란 표현은 이를 누락하거든요. 그래서 마치 (사회적 통념처럼) 모든 트랜스젠더는 이성애자인 것처럼 오인식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달까요..
      아울러 LGBT란 용어가 LGBT 각각은 포함한다고 쳐도 충분히 다 포함하지 못 한다는 이슈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누군가는 LGBTQI나 LGBTAIQ라는 식으로 무수한 확장을 꾀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포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은 도균 님도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충분히 다 포함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고요.)
      그리고 LGBT란 표현을 쓴다고 해도, 글을 쓰는 사람 혹은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지칭하는 집단은 LGBT가 아닐 거예요. 제가 이 표현을 쓴다면 트랜스젠더, 그 중에서도 mtf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LGBT란 표현을 쓰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이란 말도 안 되는 강박의 표현인 것인지, 그냥 관습인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죠.
      이런 고민에서 제게 성적소수자나 LGBT는 크게 다르지 않은 표현으로 다가온달까요.. 하하.;;
      아, 그리고 전 성적'소수자'란 표현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소수자'란 표현이 주는 논쟁 때문이랄까요.. :)
  8. 도균  2011/01/21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제 댓글을 읽어 봤는데 많이 부끄럽습니다. ㅠ 질문 내용도 그렇고 제 언어도 그렇고 ㅠ SO GI라는 표현과 LGBT라는 표현이 일종의 구획나누기로 작용하면서 그것이 폭력이 되는 점이 있지만 그에 대한 대안적 언어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퀴어 친구들과 삶을 나눌 때, 아니 제가 타인과 삶을 나눌 때 어떤 방식을 취할것이며, 제 언어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가 혹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 것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네요. ㅠ 어쨌든 루인씨 멋있으세요!
    • 루인  2011/01/24 0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어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예요.. ;ㅅ;
      그리고 도균 님도 멋져요!! :)
  9. 스톤  2017/07/04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뭔가 먹먹한 글이네요. 저도 여성학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느껴왔던 불편감들... 같은 불편감일 수는 없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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