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시간짜리 잠을 자고 싶어. 아님 89시간짜리 잠이라도 좋아. 벌겋게 충혈 된 눈. 빨간 눈. 빨갛게 물든 눈. 근데 필요한 건 잠이 아니라 영양. 몇 주 간 하루에 한 끼를 먹을까 말까 하는 생활을 하자, 잇몸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잘 챙겨 먹을 것. 잘 챙겨 먹어야 집중력도 상승함.


며칠 전, 연구실에서 같이 지내는 사람이 루인에게 "피골이 상접하다"란 말을 했을 때, 여전히 스스로를 무척 뚱뚱하다고 여기고 있던 루인은 무척이나 당황했다고 한다. 잇몸에서 이가 다 빠질 것만 같기도 했던 시기라, 두 가지를 다짐했다. 하나, 이번 추석엔 부산에 내려가지 말아야지. 둘, 종시가 끝나면 도시락을 싸 다녀야겠어.


사실, 이번 추석에도 부산에 갔다 오려고 했는데, "피골이 상접하다"란 말을 듣자,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어쨌거나 부모님은 적잖은 걱정을 하실 테니, 살을 좀 찌워서, 추석 지나고 나중에 가야겠다.


그렇잖아도 밥값 부담이 크기도 했고, 종시만 끝나면 아침에 밥 하는 시간 정도는 낼 수 있겠다는 걸 깨닫자,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도시락을 싸겠다는 고민은, 그 말을 듣기 훨씬 전부터였다.)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니 주변에선 다들 이 기회에 전기밥솥을 사라고 했는데, 정작 도시락을 싸겠다고 다짐했을 때 루인의 계획은 2인 분의 밥을 할 수 있는 돌솥을 사는 거.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기까지 전기밥솥을 살 수 있다는 상상을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이왕 밥을 해먹기로 했으면 매일 아침 돌솥에 밥 하는 게 당연. 예전에 사용한 돌솥은 일인분용이라 밥을 먹을 때마다 밥을 새로 해야 했지만, 이번 기회에 이인분용을 사야겠다.


사무실 이사는 지난주에 무난히 끝났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이사했지만 아무려나, 지금은 얼추 정리가 끝난 상황. 근데 사무실에 아직 인터넷 연결은 안 된 상태. (지금 이 글은, 종시 레폿을 쓰기 위해 학교에서 빌린 노트북으로 쓰고 있음.)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까진 계속해서 종시모드.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Run To 루인]을 그만 둬야겠다는 상상을 한 번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고, 그냥 이 기회에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했다. 이래저래 혼자 주절거린 말들, 글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냥 폐쇄하는 상상도 몇 번 했다. 명절 같은 시간에 이곳에 아무 글도 안 쓰는 것과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있을 때에도 그냥 방치하는 건,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또 며칠 방치하고 나면 다음 주부턴 예전처럼 글도 쓰고 댓글도 달겠지.


읽고 싶은 책과 영화도 잔뜩 밀려 있고.
2007/09/12 17:48 2007/09/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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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옹  2007/09/12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끼니 잘 챙겨드세요!
    저도 도시락 싸서 다녀야 할판..(기타를 질러서)
  2.   2007/09/13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시 모드 혹은 페이퍼 모드 때 밥 챙겨먹는 거 종종 어렵지만, 그래도 힘내야 하니까 거르지 마세요 :)
    • 루인  2007/09/14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밥을 제대로 안 챙겨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체험하고 있는 요즘이에요. 흐흐흐.
  3. 미즈키  2007/09/13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엄마집에 갈때는 일부러 좀 수척해보였으면 해요.
    그래야 잘 얻어먹죠 ㅋㅋㅋ
    근데 문제는 너무 잘 챙겨먹고 다녀서 얼굴이 빵빵하다는 거..
    • 루인  2007/09/14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적당히 수척하면 효과가 있는데 그 정도가 좀 더 심해지면 오히려 욕을 먹기도 하더라고요. 흐흐.. ㅠ_ㅠ
      그래도 미즈키님은 잘 챙겨 드시고 다닌다니 다행이에요. :)
  4. 키드  2007/09/13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를 무척 뚱뚱하다고, 스스로를 무척 뚱뚱하다고, 스스로를 무척 뚱뚱하다고.. *에코*
    • 아옹  2007/09/13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에코에다가 리버브도 넣고 싶은데요? ㅋㅋㅋ
    • 루인  2007/09/14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엄훠, 오프라인으로 두 분 다 보셔서 아시면서 왜 이러세요? *딴청*
      근데 에코에 리버브까지 들어가면.. 크크크크크크크, 제대로인데요. 흐흐


      흠, 흠, 아무튼, 자신이 자신의 몸을 해석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해석하고 얘기하는 방식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흐흑
  5. 크레아틴  2007/09/13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 어쩐지. 드시는게 부실해 보이더라니만//
    나는 세 끼니마다 필수영양소를 따지면소 챙겨 먹어도 매일 스태미나가 딸림을 느껴요ㅋ
    솔로여서 다행인것이 그나마 없는 돈을 다 나를 위해서 쓴다는거(뭔가 딴소리?) 그치만, 엥겔계수를 생각하면 매우 우울..
    쨋든. 루인, 잘 챙겨드시구려. 컨디션도 회복하시구..
    애접자가 저래 많은데 폐쇄를? ㅋ나야말로 할 명분이 없는데ㅋㅋ 즐겁게 지내고 회의에 봐요-
    • 루인  2007/09/14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흐흐. 그나저나 크레아틴은 무척 말랐잖아요. 말랐다는 것과 건강하지 않다는 건 의미가 다르지만요.
      루인의 요즘은 그저 영양소 공급이 부족한데 따른 결과인 거 같아요. 흐흐
  6. 지구인  2007/09/13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블로그 닫고 싶은 충동을 곧잘 느껴요. 하지만.. 그런 자신과 싸워서 이겨나가는 것도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뭔가 흔적을 없애버리고 싶은 건 도망가는 거 같아서...어쨌거나 지난 과거를 자신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임을 인정한거죠. 사는 일 되게 어려워요..
    • 루인  2007/09/14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그래요.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과거와 흔적이 잘 드러나는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인 거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흑
  7. CandyD  2007/09/14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루인 짱 인기 좋아요- ㅋㅋ 난 그래서 블로그 닫기도하는데, 닫으면 꼭 다른데 또 열어요. 그래서 별 소용없음을 느끼죠. 아아..추석이 오는게 싫어요. 귀찮아 귀찮아 ㅠ
    • 루인  2007/09/14 1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인이 인기가 좀 있긴 해요. 흐흐흐흐흐 -_-;; (아, 민망하고 수줍어라 ;;)
    • 아옹  2007/09/14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고 ㅋㅋㅋㅋㅋ 루인님 댓글을 보고 으흐흐흐흐하하하하 하고 웃었네요 ㅋㅋㅋㅋ '인기가 좀 있긴 해요.' ㅋㅋㅋ
    • 루인  2007/09/18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크크. 루인도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흐흐흐. 근데 다시 읽으니 많이 부끄럽네요. 흐흐
  8. 라니  2007/09/14 2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요, 밥을 굶으면 공부는 커녕 생각조차 할 수 없답니다 -_-;; 밥심으로 사는 인생을 아직 모르시는군요! 끼니 꼭 챙겨드세요.
    배가 고프면 전 화가 나고 난폭해지는데, 루인님이 '피골이 상접'했단 얘길 들으니 막 화가 나려고 해요 ㅋㅋㅋ
    • 미즈키  2007/09/18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배고프면 사고가 정지되는 타입이라..가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짜증날 때가 잇어요.
      그깟 배 좀 고프다고 사고가 정지되고 짜증이 나다니..이러면서 짜증의 가속화..ㅠㅠ
    • 루인  2007/09/18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인은 배가 고플 때 짜증을 내진 않는데, 사고는 확실히 정지되더라고요. 흑흑. 그리곤 사고가 정지되었다는 이유로 마구마구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곤 해요. 흐흐. 그래서 가급적 끼니를 꼭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지난 몇 주간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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