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올해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글을 적었는데 기억하시나요? ( http://www.runtoruin.com/1929 )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하였습니다. 네, 이 글 제목에 나와 있는 바로 그 일입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작당하고, 한채윤 님과 루인(그러니까.. 저;;)이 책임지기로 하고 <한국 성적소수자 백과사전>(가제)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네, 미쳤지요. 미쳤고 말고요. ;ㅅ; 대학원 합격자 발표 후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할까라는 고민을 잠깐 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사업과 관련한 상세 설명 주소: http://goo.gl/NZRuz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됩니다.
1부는 주요 이슈별 정리(20가지 정도)
2부는 용어 설명(300~400개 정도)
3부는 연대기(1991-2011년)

일 자체가 워낙 방대하여 많은 인원이 필요합니다만... 기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 이런저런 후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영어 번역 후원'입니다. 상당히 많은 자료를 두루 살피고 검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어자료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번역작업이라고 하니 선뜻 참여하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바라는 수준은 구글번역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후후후. 읽는데 무리가 없는 정도면 된달까요.. ^^;

영어 번역 후원인으로 함께 하신다면...
ㄱ. 작업할 분량은 규정된 것이 아니기에, 상황에 맞춰 협의할 수 있습니다.
ㄴ. 번역 기간은 기본 2주이지만, 분량에 따라 혹은 참가자의 상황에 따라 협의할 수 있습니다.
ㄷ. 신청기간은 2012년 2월부터 4월까지며, 가급적 빨리 신청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ㄹ. 이 사업은 활동비가 책정된 프로젝트성 사업이 아닌지라 인건비를 드릴 수 없어 무척 죄송합니다.
ㅁ. 대신! 책에 이름이 기록될 것입니다.
ㅂ. 아울러 무척 약소하지만 이 책이 발간되면(저희가 책을 사서^^) 한 권 드립니다.
ㅅ. 또 하나! 2013년 퀴어 아카데미를 수강하실 경우, 수강료 5%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좋은 책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청은 queerenc@gmail.com 입니다.

많이 많이 신청해주세요! ㅠㅠ
2012/01/26 11:05 2012/01/26 11:05
01
설 연휴 무사히 살아남으셨나요?


02
전, 설과 추석은 영양보충하는 시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 그 후, 본가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뭐, 부모님이 저를 적당히 포기한 것도 있고요.


03
부모님이 저를 적당히 포기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결혼하란 압박도 거의 없었기에 오래 전, 결혼하지 않겠노라고 말한 적 있는 데 그것이 먹힌 줄 알았습니다.

네.. 그럴 리가요.. -_-;; 부모님은 그냥 저를 부끄러워하실 뿐입니다. 저 무능한 것을 어디다 쓰냐고 생각하고 계실 뿐입니다. 크크. 저로선 이런 위치가 더 편하니, 좋더라고요. :)


04
본가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선 볼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으잉? 속으로 '드디어 압박이?'라며 살짝 짜증이 날 뻔 했습니다. 더 안 듣고 싫다고 했습니다. 엄마 님도 제가 거절할 걸 알고 물었더라고요. 그러면서 병원의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며 집안이 상당히 좋은 곳에서 선자리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는 사람이 주선했다나요. 엄마 님께서 말씀하시길, 돈 벌이도 제대로 못 하고 어디 내세울 것도 없는 저것을 어떻게 선 자리에 내보내겠느냐고 주선인에게 답했는데, 주선한 사람과 상대방도 그걸 알면서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으익.. -_-;;

이 대화를 통해 집에서 제게 결혼을 비롯한 이런저런 압박을 가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그냥 제가 부끄러우셨던 거예요. 크크크크크.


05
그 말을 듣고 선을 한 번 볼까,라는 충동을 느꼈습니다. 이른바 경험치 획득 및 완전 포기하도록 만드는 작전이죠. 하지만 상대방에게 무슨 죄랍니까. 아울러 그 자리에 나가봐야 어색함과 침묵만 겹겹이 쌓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상대방도 집사라면? 혹은 상대방도 레즈비언이라면?)


06
오래 전 한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 소식을 조금 들었습니다. 누가 결혼했다는 이야기, 누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누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대학 졸업과 취직 관련 얘기를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바뀌었네요. 네,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정신 연령은 아직 16살인데.. 억울해요.


07
암튼 엄마 님께선 박사 졸업하면 꼭 결혼하고 제대로 된 곳에 취직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그 얘기, 제가 석사과정 입학할 때도 "석사 졸업하면.."이라고 했던 말이야..라는 말, 차마 못 했습니다. 크.

박사가 끝나면, "너 교수만 되면 꼭.."으로 자동 연장되길 바랍니다. 후후.


08
집 계약 연장과 관련하여, 금액은 그대로인데 교회에 나가는 것이 조건이라고 말하자, 부모님 모두 "돈을 더 올려주면 올려줬지 교회는 안 된다."

아... 까먹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독실한 불교신자..라기보다는 교회만은 안 되는 불교신자. -_-;; 이 말을 듣고 떠오른 일화. 십대 시절 부모님은, 어떤 애인도 상관 없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하셨다지요.

그러고 보면, 좀 다른 이유로 저도 일부 보수 기독교 신자를 싫어하긴 합니다. 아닌가.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냥 가엽게 여기나요? 혹은 그냥 안쓰럽게 여기나요? 사실 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그쪽에서 저의 관심을 끌려고 너무 노력하더라고요.


09
선이 싫은 이유를 들라면 적어도 37가지를 나열할 수 있겠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이유는 두 개인의 관계가 집안의 안줏거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두 개인의 만남을 부모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 너무 끔찍하지요.


10
기차 타고 오고 가며, 부산 가는 길에 글 한 편, 서울 오는 길에 논문 한 편을 읽었습니다. 아, 뿌듯하여라.


11
명절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 없는데, 명절이란 행사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2012/01/25 06:27 2012/01/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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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젠더가 나의 전공이지만.. '젠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깔끔한 답변을 단박에 낼 수 있었던 시기는 학부시절 여성학 과목을 처음 들었던 그 학기 뿐이었다. 2004년 봄이었나.. 그땐 섹스와 젠더, 섹슈얼리티를 자신만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젠더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누군가 갑자기 묻는다면 나는 분명 얼버무리면서, 더듬거리면서 말을 못 할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꽤나 오랫동안 '젠더'가 무엇인지 모르리라. 그런데도 젠더가 전공이라며 관련 지식을 팔아가며 먹고 살겠지. 웃긴 일이다.


02
퀴어에 오렴되지 않아 순수하고 깨끗했던 그 시절(푸훗) 열심히 팬질했던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몇 분 있다. 그 분의 강의를 듣고 글을 읽으며 공부하는 법, 사유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그 가르침에도 난 여전히 공부할 줄 모르고, 사유할 줄 모른다. 암튼... 그 선생님들의 언어에 열광했고, 그 언어를 내것인양 열심히 따라했다. 그 언어면 많은 것을, 아니 내 삶의 일부는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젠더 개념이 어려워질 수록, 그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슬픔을 느낀다. 완벽한 것만 같던 언어에서, 쾌락을 주었던 언어에서, 매우 큰 힘을 주었던 언어에서 빈틈을 봤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거나 글을 읽으며, 빈틈이 너무도 선명하고 때론 불편해서 난감할 때도 많다.

이 빈틈. 빈틈을 매우는 것이, 혹은 다른 설명 방식이나 언어를 찾는 것이 내가 할 일이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분들이 앎을 탐하는 그 열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03
좋아하는 이론가의 글을 찾아 읽으면서, 지도교수가 공부하는 방식/태도를 보면서, 멈추지 않은 그 자세가 부럽다. 존경한다는 말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난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나도 그들처럼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지금도 혹은 벌써부터 게으르고 태만한 나를 보노라면 '난 글렀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04
한편.

작년 말이나 올 초에 출간되어야 할 책이 있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로 나올 예정인 "성의 정치, 성의 권리". 근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없다. 작년 여름, 10월 즈음까지 수정한 원고를 보내주면 될 것 같다는 연락이 왔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다. 총서를 포기한 것일까 아님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선인세를 이미 받았으니 책이 안 나와도 내가 손해는 아니지만.. 흐흐. 저자가 잠수를 타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잠수를 타다니... 물론 난 아직 원고를 다 안 고쳤다. ;;; 그래서 더 걱정이다. 미칠 듯이 바쁜 시기에 갑자기 수정한 원고를 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해서...

이런 태도를 보노라면, 나란 인간, 누가 관리를 해야만 움직이는 인간. ;ㅅ;


05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는데, 페미니즘퀴어이론 공부를 시작한 것이 8년 전 일이구나.. 그런데 나 왜 이렇게 무식한 것이냐. 어디가서 학생이라고 말하기가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다.
2012/01/20 19:17 2012/01/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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